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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공장 이민(EB3 비숙련 취업이민)

닭공장(EB3 비숙련 취업이민)

by SusanLee 2021. 5. 6.

닭공장을 졸업한지 어언 5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어제일 처럼 생생하다.

힘들었지만 나름 그 속에 숨어있는 재미를 다시 꺼내어 적어본다.

 

요새도 닭공장 경로를 통해 영주권을 받는 케이스가 있는지 모르겠다. 글을 쓸 때마다 늘 그렇듯, 또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닭공장, 그 곳이 알고싶다

 

 

이주공사를 통해 우선순위 날짜를 받고 2년 8개월만에 미국에 입국했다.

나는 호주에서 미국이민을 준비했었던 터라 이주공사를 통해 진행했었고 비용이 상당히 들어갔지만 그래도 영주권을 받고 미국생활을 시작한다는 것은 꽤나 큰 일이었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진행했던 기억이 난다.

(영주권을 먼저 받지않고 나중에 미국가서 일하다가 받게되는 경로로 미국 들어와서 영주권 못받는 사례도 있기 때문에 애초부터 그린카드를 손에 넣고 닭공장 근무를 한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장점이었다. 하물며 그 곳이 닭공장일지라도.)

 

내가 갔던 곳은 Alabama주에 있는 Montgomery라는 도시에 위치한 Koch Foods라는 곳이었다.

 

2개의 공장(2개의 Plant라고 칭한다.)이 있는 제법 규모가 있는 회사였고 나는 2공장에 배치되었다.

나와 함께 근무하게 될 다른 분들 역시 2공장에 배치되었다.

 

 

콕푸드 로고

 

닭공장에서의 한국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잘 돕는다. 같은 처지여서일까 같은 한국사람이어서 일까. 정말 1년동안 많은 힘이 되었다.

 

우선 근무일이 확정되면 오리엔테이션을 받는다. 

이 곳은 건물 자체가 공장이다. 어느곳에서도 창문을 찾는게 불가능하고 휴대폰도 당연히 잘 안터진다.

 

회사에서 지원하는 보험소개, 회사소개, 근무하는 방식, 공휴일, Clock-in/out등 하루종일 오리엔테이션만 한다.

명찰(카드키 겸)도 발급받아야 하니 사진도 한장 찍고 소셜시큐리티 카드, 여권 등 신분증 제시.

왜 하루종일 걸리는지 알만하다ㅎㅎ

 

명찰은 목에 걸고 다니면서 출퇴근할때, 점심시간 그리고 쉬는시간 이래저래 꽤 자주 쓴다. 

분실시 $20불 재발급비가 있다.

 

콕푸드 직원 명찰(카드키)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보험은 꽤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BlueCross라는 보험회사였고 혜택에 비해 보험료가 정말 저렴했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닭공장 대부분은 남미사람들과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이라는 단어가 왠지 불편하다. 프로 불편러인가..ㅎㅎ)이었는데 결혼한 사람은 찾기 힘들었지만 자녀가 없는 사람은 만나기가 어려웠다. 출산 및 자녀가 있는 가정은 특히나 보험이 중요한데 보험혜택이 좋아 다들 열심히 다녔다보다.

 

일주일에 40시간 일을 하게 되고 1초라도 넘어가면 시급의 1.5배를 계산되어 받게된다. 

예를 들어 시급이 10불이고 내가 이번주 41시간을 일했다면, 40시간까지는 시급10불로 계산되고 41시간(초과된 1시간)째부터는 15불(1.5배)로 계산된다.

 

라인 매니져들은 오버타임을 많이 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게 그들의 업무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나는 어떤 작업으로 배정 될 것인가

 

 

암암리에 이런 룰이 있다.

남자는 힘든일, 여자는 비교적 덜 힘든일.

 

어느정도 맞는 말이지만 또 틀린 말이기도 하다.

 

우선 각 사람의 능력(체력이나 인내심 기타 등등)을 벗어나서 무리한 포지션으로 배정하지는 않는다.

무리하면 반드시 사고가 나고 회사에서는 사고가 나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을 지기 때문에 절대 무리하는 방식으로 일을 배정하지는 않는다. 

 

포지션에 따라서 시급이 높은 포지션이 있고 그렇지 않은 포지션이 있다.

대부분 한국분들은 1년 근무를 하고 졸업 해서 타주로 이동 할 생각 혹은 다른곳에서 취업을 하거나 사업을 하거나 하는 계획이 있기때문에 시급이 높지 않아도 안전하게 다치지 않고 1년을 무사히 근무하기를 원한다.

 

나를 포함한 3명의 한국분들이 배정받은 포지션은 닭가슴살 라인이다.

닭가슴살에 있는 뼈(Wisdom bone)를 제거하거나 가끔 붙어오는 갈비뼈를 제거한다. 하루종일 컨베이어 벨트에 있는 닭가슴살만 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멈춘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ㅎㅎㅎ

닭가슴살 포지션은 굉장히 쉽다. 대신 엄청나게 지루하다. 

처음에는 몸 다치지 않게 서로 몸 사리면서 일합시다! 하다가도 한국사람 어디가나. 이상하게 일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손이 빨라진다.

일을 잘하면 일을 더 준다. 시급은 같고 같은 시간안에 해야할 일이 늘어난다. 

혹시라도 누가 닭공장 가게 된다면 천천히,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시길 조언 드리고 싶다.

 

다른 한국분들도 각각 포지션에 배치되셨다.

 

-덤프(Dump) : 많은 체력을 요한다. 라인 가장 처음에 배치되는 포지션이고 하는 작업은 통닭(우리가 마트에서 흔히 사는 그 통닭이다)을 컨베이어 벨트에 부어주기만 하면 된다. 단 통닭이 담겨있는 버켓이 약 30-40 파운드. 보통 힘이 세고 덩치가 있는 작업자들이 일을 한다. 닭공장 안에는 굉~~장히 춥다. 덤프하는 사람은 반팔 혹은 민소매를 입고 일한다. 그만큼 체력소모가 큰 일이다.

 

-콘(Cone) :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다. 덤프에서 보내준 통닭은 그 다음 순서인 콘으로 온다. 통닭을 꼬깔콘처럼 생긴 콘에 꼽는다. 8시간 내내 통닭만 꼽는다. 힘들지는 않지만 콘이 워낙 빨리 지나가기 때문에 닭을 잡고 콘에 꼽는 시간이 빨라야 한다. 빠릿빠릿하게 일하는 사람은 이 포지션이 맞을 수도 있다.

 

-스킨(Skin) : 말그대로 껍질을 벗긴다. 닭의 목뒷덜미에 엄지손가락을 꽂고 껍질을 쥔 채로 손목을 이용해 그대로 내리면서 등에 있는 껍질을 벗긴다. 통닭을 그냥 만져도 차갑지만 살과 껍질 사이는 더 차갑다. 한국분들 대부분 2-3주 안에 모두 엄지손톱이 빠지셨다. 원래 일하던 남미사람들과 아프리카계 사람들은 한번도 그런적 없단다. 참, 신기했다.

 

-분리작업 : 등껍질이 벗겨진 통닭을 날개, 다리, 가슴살 그리고 허벅지 등으로 자른다. 어떤 작업자는 날개만, 어떤 작업자는 허벅지만 자른다. 손에 칼을 쥐고 일하는 몇 안되는 포지션이고 오른손에는 칼을, 왼손에는 쇠로 된 체인장갑을 끼고 일한다. 칼이 워낙 잘 들어서 왼손으로 닭을 잡고 살을 바르다가 순식간에 손을 다칠 수 있다. 닭공장에서 위생만큼 철저한 것이 안전이다.

 

- 허벅지 디본(Thigh Debone) : 포지션 설명에 앞서 한국에 가서 어느 햄버거집을 가니 '싸이버거'라는 것이 있었다. 싸이가 광고한 버거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Thigh burger였다. Thigh 발음은 '싸이'보다는 '따이'에 훨씬 가깝다. 따이를 가지고 작업하는 이 포지션은 허벅지에서 살만 바르는 작업이다. 동그란 톱니가 웽~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장비를 가지고 일한다. 독서실처럼 앞과 옆을 볼 수가 없고 모두 칸이 쳐져있다. 책상처럼 내 작업대가 있고 서있는 자세로 뼈를 바르는 것이다. 머리 위로 라인이 지나가고 각 칸막이마다 계속 새로운 허벅지살이 작업대로 떨어진다. 허벅지살은 계속 알아서 공급되기 때문에 그냥 계속 뼈를 바르면 된다. 허벅지 디본 파트 역시 맨 앞쪽에서 허벅지 살만 덤프해주는 포지션이 따로 있다.

 

-닭가슴살(Breast) : 내가 속한 곳이다. 닭가슴살이 오면 우선 반으로 나눈다. 가슴살을 들고 반으로 찢으면서 순식간에 뼈가 있나 없나 만져봐야 한다. 뼈가 있으면 한쪽으로 빼놨다가 손으로 뼈를 제거한다. 가끔 날카로운 뼈를 제거하다가 라텍스 장갑에 구멍이 나면 작은 구멍이던 큰 구멍이던 매니져가 무조건 새 장갑으로 교체해준다. 위생과 안전은 이 곳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 포장(Packing) : 흔히 꿀이라고 이야기 하는 포지션 중 하나다. 이곳에는 사실 3가지 포지션이 있다. 첫번째로 포장에 필요한 박스를 접는일이다. 닭공장내에서 유일하게 닭을 안만지는 단 하나의 포지션이다. 8시간 내내 닭을 만지다 보면 손에 감각이 없는것처럼 시렵다. 그래서 어쩌다가 박스포장 자리라도 나는 날이면 서로 하겠다고 할 만큼 경쟁률이 엄청나다. 대신 박스가 모자라지 않도록 쉴 새 없이 박스를 접어야 한다. 손 시려움은 피할 수 있지만 나중에는 손가락 마디마디 안쑤시는 곳이 없다. 주먹을 못 쥘 정도로 처음에는 손가락이 아프다. 두번째 포지션은 닭을 봉지에 담아 박스에 담는 일이다. 출고되는 한박스에 보통 40파운드인데 10파운드씩 총 4봉지, 40파운드를 어림잡아 박스에 넣는 일이다. 봉지를 벌리고 있다가 닭이 줄줄줄 떨어지면 10파운드 된 것 같다~싶을때 봉지를 뜯어 박스에 담는다. 그 사이 이미 계속 닭이 쏟아지고 봉지에 닭을 계속적으로 빨리 담아야 한다. 그나마 손은 좀 덜시렵다. 봉지에 담을 때만 닭을 만지면 되니까. 세번째는 그렇게 담아진 40파운드의 박스를 잰다. 오차범위 3~5%기준으로 40파운드 전후로 가까우면 통과. 아니면 닭을 더 넣거나 빼거나 해서 무게를 딱 맞춰야 한다.

 

 

이 외에도 다른 포지션들이 엄청나게 많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포지션으로는 QA. Quality Assurance라고 하고 줄여서 QA이다.

 

- QA(Quality Assurance) : 박스 포장까지 끝난 제품을 출고가 가능한 지 아닌지 최종 품질 검사를 하는 포지션이다. 보통 pallet 1개에 수십개의 박스가 쌓이게 되는데 하루에서 수십개의 팔렛이 나온다. 그 중 팔렛 하나를 랜덤으로 골라 또 그 팔렛 위에 있는 박스를 랜덤으로 골라서 검사를 한다. 뼈는 잘 발랐는지 혹시라도 머리카락이나 체인장갑 조각 등 기타 이물질이 있지는 않은지를 검사한다. QA는 검사에 패스하지 못한 팔렛에 모든 박스를 홀드시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 팔렛에 있는 모든 박스를 다시 다 열어서 처음 검사하듯 검사한다. 홀드팔렛이 유독 많은 날이 있다. 그렇게 되면 여기서 한명 저기서 한명 포지션마다 한명씩 돌아가며 용병(?)처럼 홀드처리 포지션에 갔다가 오고는 한다. 나도 몇번 불려가서 홀드 재검사를 도왔다.

 

나도 QA로 졸업을 했다. 닭가슴살 포지션 2달정도롤 하면서 QA 1명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바로 지원하게 되었다. QA로 일 하게 된 건 정말 신의 한 수였다. QA는 각 라인의 매니져급과 같은 레벨이고 시급도 좋다. 라인에 서서 8시간 근무가 아닌 랜덤박스 몇개 정해서 검사하고 결과에 따라 홀드 시키거나 패스 시키거나 하면 된다. 헤어캡을 제대로 쓰지 않아서 머리카락을 그대로 노출시킨 채 일하는 직원도 주의를 줘야하고 장갑이 구멍이 났는지(보통 구멍이 나면 장갑 조각이 닭에 섞이기 때문에 자주 검사한다) 수시로 체크하고 땅에 떨어진 닭고기를 담지는 않는지 덤프하고 난 컨테이너 소독은 잘 하고 있는지 등등 품질과 위생에 관한 검사가 주된 업무이다. 누구 눈치 볼 필요가 없고 자기 일만 하면된다. QA들과 매니져들만 하는 행사들이 제법 있어서 단합도 잘 하고 할로윈이어서 땡스기빙이어서 누구 생일이어서 등등 브레이크때도 돌아가면서 비교적 여유(?)있게 간식도 먹고 친교할 기회가 많다. 

 

영어로 진행하는 면접에 통과해야 하고 업무 중 온도계를 이용하고 계산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간단한 산수시험도 본다. 정말정말 쉽지만 단 시험지가 영어로 되어있다. 

 

누군가 닭공장을 간다면 QA포지션은 적극 추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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